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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약의 pH가 만드는 색의 마법: 도자기 표면을 조율하는 화학의 힘
    도자기 2025. 6. 14. 15:11

    1. 도자기 표면:유약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pH가 중요한가

    도자기 표면에 입혀지는 유약(glaze)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고온에서 녹아 유리질 층을 형성하며 도자기의 기능성과 미적 완성도를 동시에 책임지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유약은 일반적으로 실리카(SiO₂), 플럭스(융제), 알루미나(Al₂O₃) 등의 기본 성분과 금속 산화물 착색제가 혼합되어 만들어집니다. 이 혼합물의 **pH(산도 또는 알칼리성)**는 색상, 질감, 표면 광택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pH는 수용액의 산성도 또는 염기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유약을 만들 때는 보통 **액상 혼합 상태(pH 4~11 범위)**에서 이 값이 결정됩니다. pH 변화는 유약 내 금속 산화물의 용해도, 결정화 양상, 분산 정도를 변화시키고, 이것은 소성 후의 색상과 질감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2. 도자기 표면:산성(pH 4~6) 유약 조성이 만드는 투명함과 섬세함

    산성 유약은 일반적으로 pH 4~6 범위에 위치하며, 이것은 산화알루미늄, 붕산, 주석산 등의 산성 재료가 포함될 때 형성됩니다. 이런 유약은 착색제의 일부를 미세하게 용해시키며, 맑고 투명한 유약층을 만들어냅니다.
    대표적인 예로, 청자에서 사용하는 철 기반 착색제는 산성 유약에서 은은한 청녹색을 발현합니다. 이는 철 이온이 완전히 용해되기보다는 미세하게 분산된 콜로이드 상태로 남기 때문입니다.

    또한, 산성 환경에서는 구리(Cu) 계 착색제가 선명한 청록색을 띠며, 진한 유리광택과 함께 깊은 색조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pH가 너무 낮아지면 금속산화물의 침전이나 결정화가 어려워져, 색이 흐리거나 불균형하게 나타날 수 있어 정밀한 배합이 필요합니다.

    유약의 pH가 만드는 색의 마법: 도자기 표면을 조율하는 화학의 힘


    3. 도자기 표면:중성(pH 7~8) 유약의 안정성과 색 균형

    중성에 가까운 유약은 대부분의 금속산화물 착색제가 고르게 반응할 수 있는 이상적인 상태입니다. 산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색의 선명도와 투명도 사이의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초보자용 유약으로도 적합합니다.

    중성 유약에서는 철, 구리, 크롬, 코발트 등 다양한 산화물이 본연의 색을 비교적 정확하게 드러내며, 안정적인 광택을 얻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코발트(Cobalt oxide)는 pH 7~8 환경에서 진한 푸른색을 발현하고, 철 역시 붉은색이나 갈색 계열로 균일하게 표현됩니다.

    중성 유약의 또 다른 장점은 소성 온도 변화에 덜 민감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가정용 전기 가마 등에서 작업할 경우, pH 중성을 유지한 유약은 예상한 색을 안정적으로 얻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4. 도자기 표면:알칼리성(pH 9~11) 유약이 만드는 질감과 파격적인 색상

    알칼리성 유약은 소다, 칼리, 석회, 붕사 등 강염기성 플럭스가 다량 포함되어 형성되며, pH 9 이상으로 유지됩니다. 이 환경에서는 착색제의 용해 방식이 달라져, 예상치 못한 강렬한 색 대비결정 형성에 의한 특수 질감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구리 산화물이 산성에서는 맑은 청록색이지만, 알칼리성 환경에서는 녹색에서 검은색으로 짙어지며 금속광이 도는 질감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크롬 산화물의 경우, pH 10 이상의 강염기 유약에서 선명한 초록색 대신 흙빛 녹색이나 검정에 가까운 어두운 색조를 띠기도 합니다.

    알칼리성 유약은 결정성 광물(크리스탈 글레이즈)을 만드는 데 유리합니다. 고온에서 일부 금속 성분이 결정화되어 표면에 은하수처럼 흩뿌려진 결정무늬를 형성하는데, 이것은 도자기 예술에서 매우 고급 기법으로 취급됩니다.

    단점은 유약이 과도하게 흐를 수 있어, 기물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제작자의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5. 도자기유약의 pH 조절은 도예가의 정밀한 도구

    도자기 유약을 설계할 때 pH는 단순한 수치가 아닙니다. 도예가들은 유약을 만들며 pH 시험지를 사용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성 전에 실험 유약을 도포해 소성 후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또한, 하나의 착색제(예: Fe₂O₃)를 같은 농도로 넣더라도 pH를 다르게 조절한 두 유약은 완전히 다른 시각적 결과를 나타냅니다. 이는 ‘같은 재료, 다른 예술’이라는 도자기의 매력을 설명해주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도예가는 이 pH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자신의 작품에 특별한 ‘표면 언어’를 입힙니다. 색, 광택, 투명도, 질감 등은 모두 pH에 따라 새롭게 태어날 수 있고, 이는 도자기 제작이 단순한 공예를 넘어선 화학적 예술 행위임을 잘 보여줍니다.


    마무리: pH는 색을 지휘하는 보이지 않는 손

    유약의 pH 변화는 도자기의 색상과 질감, 심지어 표현 가능한 예술적 스타일 자체를 바꾸는 핵심 변수입니다. 이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산성은 투명하고 섬세한 색, 중성은 균형 잡힌 발색, 알칼리성은 강렬하고 실험적인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당신이 직접 유약을 조합하거나 테스트해 본다면, pH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색상이 달라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당신의 도자기에 어떤 이야기를 부여하는지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작은 유리질 층 안에서 벌어지는 이 화학의 예술을, 이제는 더욱 깊이 있게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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