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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정에서 실험 가능한 도자기 유약 실험 3종-재료, 비율, 조건, 결과 비교
    도자기 2025. 6. 28. 00:07

     

    도자기 유약, 집에서도 실험할 수 있을까?

    도자기 유약 실험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문적인 가마, 실험실 같은 환경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취미 도예 인구가 늘어나면서, 집에서도 소규모로 유약을 실험해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물론 고온이 필요한 본격적인 유약 소성에는 여전히 전기 가마가 필요하지만, 작은 실험용 전기로(혹은 공방 대여)와 비교적 구하기 쉬운 재료만으로도 유약 반응의 기본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초보자도 실험할 수 있는 유약 조합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각각의 실험은 도자기 유약의 본질을 이해하고 색상, 질감, 반응의 원리를 체험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험은 ‘재료 조합과 비율’, ‘소성 온도와 조건’, ‘결과의 차이’로 나눠 설명합니다.


    첫 번째 실험: 가장 기본적인 백색 기초 유약

    도자기 유약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유리질을 형성하는 기본 유약입니다. 이 유약은 특별한 색상을 내기보다는, 소지 위에 반투명한 유리층을 만들어 보호성과 광택을 더하는 역할을 합니다.

    가정에서 실험 가능한 도자기 유약 실험 3종-재료, 비율, 조건, 결과 비교

    재료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카올린을 절반 정도 사용하고, 여기에 규석과 장석을 각각 4분의 1씩 섞습니다. 이때 장석은 소다장석이나 칼륨장석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이 유약은 약 1000도에서 1100도 사이의 소성 온도에서 안정적으로 유약층을 형성합니다. 붓으로 바르거나 담금 방식으로 유약을 입힐 수 있고, 유약 두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데, 얇게 바르면 살짝 반투명한 느낌을 주고, 두껍게 입히면 불투명한 백색이 됩니다. 단, 너무 얇게 바르면 표면이 거칠거나 매끄럽지 않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실험은 유약의 기본 성질과 두께에 따른 광택, 질감 차이를 이해하는 데 유용합니다. 이후에 다양한 금속 산화물을 추가해 색상 유약으로 확장하는 기초가 됩니다.


    두 번째 실험: 전통 재 유약의 모사 – 나무 재를 활용한 유약

    두 번째 실험은 조금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유약 실험입니다. 고대 장작가마에서는 나무를 땔 때 생긴 재가 도자기 표면에 자연스럽게 내려앉아 유리질로 녹아내리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때 생긴 유약을 ‘재유’라고 부릅니다.

    이 재유를 집에서 간접적으로 흉내 내기 위해서는 나무를 태운 재를 사용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참나무, 소나무, 대나무 등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재를 잘 건조하고 곱게 체로 걸러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에 장석을 혼합해 융해점을 낮추고, 소다회(탄산나트륨)를 소량 넣어 유리질을 강화합니다. 재와 장석, 소다회의 비율은 6:3:1 정도가 적당합니다.

    이 조합은 약 1000도에서 1060도 정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유약화를 기대할 수 있어, 붓칠보다는 흘리기나 붓으로 덧칠하는 방식이 표면에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얇은 초록빛이나 회갈색의 유리질이 나타나며, 유약이 흐르면서 생기는 무늬가 강한 개성을 부여합니다. 특히 붓자국이 살아 있고 유약의 농도가 일정하지 않게 표현되면서도 손맛이 느껴지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 예술적인 효과를 실험하기에 적합합니다.


    세 번째 실험: 산화동을 활용한 청자 유약 실험

    유약 실험의 백미는 역시 색상 변화 실험입니다. 그중에서도 청자색은 도예사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색 중 하나입니다. 이 실험은 위에서 소개한 기본 유약 조합에 소량의 산화동을 첨가하여 색 변화를 유도합니다.

    기본 백색 유약 조합에 산화동을 0.5%에서 2%까지 첨가해보며 농도에 따라 색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소성 분위기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산화 소성에서는 옥색이나 연한 청록빛이 도는 밝은 색이 나타나고, 환원 소성에서는 보다 진하고 깊은 청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집에서는 완전한 환원 분위기를 구현하긴 어렵지만, 일부 실험에서는 알루미늄 호일이나 숯을 활용한 반환원 상태를 만들어 색상 차이를 일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실험은 색상 유약의 원리, 금속 산화물의 반응, 농도와 온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산화동의 양에 따라 투명도, 광택, 색조가 미세하게 달라지므로 같은 유약 조합이라도 다른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 창의적인 시도에 적합합니다.


    유약 실험, 왜 직접 해봐야 할까?

    도자기 유약 실험은 단순히 예쁜 색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각 재료의 화학적 반응, 온도와 분위기의 조절, 도포 방식에 따른 질감과 색의 차이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론으로만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손으로 유약을 만들고, 눈으로 농도를 확인하고, 구운 후의 결과를 직접 만져보는 경험을 통해 도자기에 대한 감각이 서서히 축적됩니다. 특히, 결과가 항상 예측한 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험은 늘 발견과 학습의 기회가 됩니다. 실패작조차도 다음 실험의 실마리를 주기 때문에 도예가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조합을 시도합니다.


    마무리하며

    가정에서 실험 가능한 유약 실험은 전문적인 장비 없이도 도자기의 과학과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유약이 녹아 표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는지, 어떤 조합이 투명하고 어떤 조합이 불투명한지를 직접 경험해보면 유약의 세계가 한층 가까워집니다.

    이 글에서 소개한 3가지 실험—기초 백색 유약, 재 유약, 청자 유약—은 모두 기본적인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아름다운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예시입니다. 실험 결과를 사진으로 남기고 기록으로 정리하면, 나만의 유약 레시피 북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도자기는 오랜 기다림과 반복 실험을 통해 조금씩 완성됩니다. 집에서도 가능한 작은 실험으로, 손끝에서 시작되는 도자기 미학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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