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동일한 점토, 다른 가마!-전기 / 가스 / 장작 가마 소성 비교 실험 후기
    도자기 2025. 6. 29. 06:03

     

    “가마가 다르면 결과도 다르다?”

    도자기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가장 신기했던 말 중 하나가 이것이었습니다.
    “같은 점토, 같은 유약이라도 가마가 다르면 결과가 달라진다.”
    처음엔 단순히 온도 차이 때문이겠거니 했지만, 실제로 전기, 가스, 장작 가마에서 같은 점토와 유약을 소성해본 후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동일한 조건(같은 점토, 같은 유약, 동일한 형태의 소지)으로 각각 전기 가마, 가스 가마, 장작 가마에서 소성한 결과물을 비교해보면서, 어떤 차이가 있었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솔직한 후기를 공유해보려 합니다.


    사용한 점토와 유약 조건

    이번 실험에 사용한 점토는 국산 백자 점토입니다. 입자 분포가 고르고 유약 반응이 섬세하게 드러나는 특징 덕분에 세 가마의 소성 차이를 관찰하기에 적합했습니다.

    유약은 기본 투명 유약을 사용했고, 산화동 1%를 첨가하여 은은한 청록빛이 돌도록 설정했습니다.

    작품 형태는 지름 약 10cm의 작은 찻사발 형태로 통일했고, 유약은 모두 담금 방식으로 입혔습니다. 이 조건을 그대로 세 가지 가마에 넣어 소성하였습니다.


    전기 가마 소성 결과

    온도: 1240℃
    분위기: 산화 소성

    전기 가마는 온도 조절이 가장 안정적이고 일정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결과를 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꺼낸 작품은 고르게 녹은 유약이 반질반질한 표면을 보여줬고, 청록빛도 은은하게 잘 나왔습니다. 유약이 고르게 도포되어, 형태도 매우 매끈했고 변형이 거의 없었습니다.

    단점이라면, 전기 가마 특유의 ‘무난함’ 때문인지 다소 개성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도자기의 질감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이나 '불규칙한 미'를 선호하는 분이라면 아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스 가마 소성 결과

    온도: 1250℃
    분위기: 환원 소성

    가스 가마는 산화, 환원 분위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다양한 유약 효과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환원 분위기에서 소성하였습니다.

    소성 결과는 전기 가마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유약 색상은 전기 가마보다 훨씬 진한 청색에 가까운 톤이 나왔고, 표면 질감 역시 더 부드럽고 깊이감 있는 광택을 보여줬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유약이 흐른 자국, 미세한 색상 차이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훨씬 생명력 있는 느낌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가스 압력에 따라 온도 균일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어서, 소성 위치에 따라 결과물에 미세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장작 가마 소성 결과

    온도: 약 1280℃
    분위기: 환원 및 재 유입

    마지막으로 도전한 장작 가마. 말 그대로 **‘불과 재의 예술’**이라 불릴 만한 결과였습니다.
    장작가마는 불길의 흐름, 재의 방향, 가마의 위치 등에 따라 모든 결과물이 다르게 나옵니다.

    이번에 꺼낸 작품은 표면에 재가 유약처럼 녹아내린 자국이 남아 있었고, 일부 부위에는 철분 결정이 불규칙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특히 유약이 녹아 흐르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자국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유약 색상도 전기, 가스 가마에서 보았던 깔끔한 청록빛이 아니라, 청녹-회갈색-노르스름한 색감이 혼합된 복합적인 색상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자연이 만들어낸 흔적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만큼 유일무이한 결과였습니다.

    단점이라면, 결과가 예측 불가능하고 성공률이 낮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유약이 너무 흘러내려 작품이 붙어버린 것도 있었고, 불꽃의 방향에 따라 유약이 고르지 않게 녹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총평 – 가마의 개성이 도자기의 운명을 결정한다

    세 가지 가마의 실험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도자기는 결국 불이 만드는 예술이라는 것입니다.
    같은 점토, 같은 유약을 사용해도 전기 가마는 깔끔함, 가스 가마는 깊이감, 장작 가마는 자연스러운 흔적이라는 각기 다른 성격을 보여주었습니다.

    전기 가마는 초보자에게 이상적이며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주기에 학습용으로 적합합니다.
    가스 가마는 유약 효과의 변화를 다양하게 줄 수 있어 유약 실험이나 작품의 성격에 따라 많은 실험을 할 수 있는 중급 이상 도예가에게 적합합니다.
    장작 가마는 불과 시간을 견뎌야 하고, 결과물이 자연에 가까워지는 만큼 예측은 어려우나 그만큼 감동도 큽니다.

    동일한 점토, 다른 가마!-전기 / 가스 / 장작 가마 소성 비교 실험 후기


    마무리하며 – 나에게 맞는 가마는?

    도예를 하면서 ‘가마’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함께 작품을 만드는 공동 창작자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가정에서 전기 가마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고, 공방에서 가스 가마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은 장작 가마를 경험해보시길 권합니다.

    각 가마마다 느낄 수 있는 ‘도자기의 표정’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점토로도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도예의 매력을 더욱 깊게 만들어 줍니다.

Designed by Tistory.